배 과실의 구입과 저장
맛있는 배 골라 먹기
성숙되어도 과피에 녹색이 많은 배
원황, 만풍배, 화산, 감천배, 만수
배 품종별 수확기 (나주 기준)
수확기는 남부에서 중북부까지 약 1주일 차이
맛좋은 배 오래두고 먹기
맛있는 배 고르기
1. 어떤 배가 맛있는가?
배 맛은 시원한 수박의 풍부한 물과 새콤달콤한 사과의 씹는 맛을 더한 것과 같다. 그러나 씹을수록 찌꺼기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사과보다는 수박에 가까운 맛을 느낄 수 있으며, 갈증해소에 그만이다.
어떻게 해야 맛있는 배를 고를 수 있을까?
첫째, 맛있는 품종을 고른다.
우리가 많이 먹고 있는 ‘신고’ 배는 여러 가지 재배조건에 따라 맛에 차이가 심한 품종이어서 잘못 구입할 경우 ‘신고’ 본래의 맛을 보기가 힘들다. 또한, 배를 많이 찾는 ‘추석’ 명절이 9월에 있는 해에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미숙과 상태로 출하되기 때문에 더욱 문제가 많다. 따라서 처음부터 당도가 높고 맛좋은 품종을 선택하면 보다 맛있는 배를 골라 먹을 수 있다.
당도가 높고 품질이 좋으면서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배 품종은 ‘원황’, ‘황금배’, ‘화산’, ‘감천배’, ‘추황배’, ‘만수’ 등이 있으며, 아직 과실이 유통되지는 않지만 가까운 시일 안에 시장에서 만날 수 있는 배로는 ‘신천’, ‘한아름’, ‘조생황금’, ‘금촌조생’, ‘만풍배’ 등이 있다.
둘째, 제 숙기에 나온 과실을 먹는다.
비닐하우스를 이용하여 수확기를 조절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제 숙기 이전에 출하된 과실은 제 맛을 내기 어렵다. 모든 과실은 자연적으로 성숙되어 수확·출하된 것이 가장 맛이 좋다.
각 품종의 고유한 수확기는 재배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다. 일반적으로 남부 해안에서 중북부 내륙까지 1주에서 2주까지 수확기의 차이가 나며, 남쪽에서 먼저 익기 시작한다. 그러나 10월 말경에 성숙하는 배들은 오히려 북쪽에서 먼저 익는다. 봄에 꽃은 남쪽에서 먼저 피기 시작하지만 가을에 단풍은 북쪽에서 먼저 시작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수확기를 앞당기고, 과실을 크게 키우기 위해 합성 제조된 ‘지베렐린(대부분의 식물체에서 자체적으로 생산되는 물질, 스스로의 생장반응을 조절)’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과실은 커지지만 당도가 낮아져 심심한 과실이 될 수 있고, 저장력이 떨어져 수확한 후에 쉽게 변질되는 단점이 있다.
셋째, 품종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과피의 색깔이 맑고 투명한 것이 좋다.
품종에 따라서는 ‘감천배’나 ‘화산’, ‘원황’ 품종과 같이 성숙되어도 과피에 일부 녹색이 남는 것이 있으나, 이 경우에도 전체적인 느낌이 맑고 투명하게 보이는 것이 맛있는 과실이다. 재배 과정에서 질소 비료를 많이 사용하면 과실은 커지지만 과피의 색깔이 어둡고 탁하여 칙칙한 느낌을 주고, 당도가 낮아 맛이 떨어진다.
넷째, 저장 과실을 구입해야 하는 경우에는 저장력이 우수한 품종을 선택한다.
배는 저장 중 신맛이 감소하기 때문에 오래도록 저장된 과실일수록 신맛을 가진 품종이 더 신선한 느낌을 줄 수 있고, 심심하지 않다. 저장력이 좋은 품종으로는 과거에 많이 재배되었던 ‘만삼길’과 신품종인 ‘추황배’, 그리고 ‘금촌추’, ‘신고’ 등이다.
다섯째, 육식을 즐겨하는 사람에게는 상대적으로 신맛이 강한 품종이 제격이다.
고기를 먹은 후의 느끼함을 없애고 입안을 상쾌하게 해주는 품종으로는 ‘추황배’, ‘금촌추’, ‘만수’ 등이 있다. 이러한 품종들은 소화를 돕는 효소의 함량도 높다.
2. 상식의 허와 실 - 좋은 배 고르기
가. 과실은 큼직해야 한다
배는 품종에 따라 고유한 크기가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품종 구분 없이 시장에서는 큰 과실이 가격이 높게 유통되고 있다.
배를 자르면 안쪽에 씨가 있는 ‘과심(果芯)’이라 불리는 부분이 있다. 이 곳은 종자를 보호하고 양분 이동통로의 시발점이 되며 신맛과 떫은맛이 강하기 때문에 거의 먹지 않는다.
과심의 크기는 과실의 크기에 상관없이 같은 품종이라면 거의 비슷하다. 즉, 과실이 커지면 과심보다는 우리가 먹는 과육의 비대가 많아 먹을 수 있는 부분이 증대되며, 과육이 부드럽고, 과즙이 많아지는 등 이점이 많다. 그러나 최근 육성된 품종들은 크기에 상관없이 맛이 좋기 때문에 굳이 큰 배를 골라야 할 필요가 없다. 또 핵가족화 되어있는 우리 사회의 여건으로 볼 때 너무 커다란 배는 먹기에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현재 유통되는 배 상자는 15kg, 10kg 등이 대부분이며, 최근 7.5kg과 5kg 상자가 새롭게 선보이고 있다. 가장 많이 유통되고 있는 ‘신고’를 포함한 ‘화산’, ‘감천배’, ‘만수’ 등 과실 크기가 큰 품종은 15kg을 한 상자단위로 판매되고 있으며, 상자당 15과 이내인 과실을 극대과로 구분하고 이후 5개 단위로 등급이 낮아진다. 일반가정에서 먹기에 알맞은 과실은 상자당 20에서 25과 전후가 되는 약 600~700g 정도의 과실이 좋다.
과실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은 ‘황금배’, ‘추황배’ 등을 포함하여 9월 이전에 나오는 과실은 10kg 단위로 판매가 되고 있으며, 이런 품종의 경우도 상자당 과실의 수는 20과(450~500g) 수준이 적당하다. ‘추황배’는 과실이 커지면 과심 부분도 같이 커지기 때문에 다른 품종에 비해 먹을 수 있는 부분의 증가가 상대적으로 낮다. 따라서 ‘추황배’ 품종은 대과보다는 500g 정도의 과실이 맛도 좋고, 먹기에도 편하다.
나. 과피 색깔은 푸른기가 없고 선명한 황색이 좋다
요즈음에는 여러 가지 품종의 배가 생산되고 있다. 품종에 따라서 과실의 색상도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에 단적으로 어떠한 색깔의 배가 좋다라고 말하기가 어렵다.
가장 많이 유통되고 있는 ‘신고’ 품종은 수확기가 되면 껍질이 황갈색으로 곱게 변하며, 대부분의 배 품종은 이런 색깔을 띄게 된다. 황갈색 배에서 좋은 과실은 껍질에 푸른기가 없으면서 색이 맑고 투명한 과실이다.
그러나 최근 육성된 일부 품종은 과피가 황갈색으로 완전하게 변하면 오히려 과육이 물러져 먹기 곤란한 경우도 있다. 이런 품종에서는 너무 과피 색깔에만 의지하여 과실을 고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배의 원산지로서 다양한 배 품종을 가지고 있는 중국의 경우 시중에 유통되는 배의 색깔이 사과와 유사한 적색배에서부터 녹색배, 황갈색배, 적갈색배 등 너무도 다양하여 우리처럼 획일적인 기준으로 배를 구입하지 않는다.
모두 익었는데도 불구하고 과피에 푸른기가 남아 덜익은 풋과실로 오인될 수 있는 품종은 ‘원황’, ‘금촌조생’, ‘만풍배’, ‘화산’, ‘감천배’, ‘만수’ 등이다. 이런 품종들은 현재 과피색이 황갈색으로 되지 않으면 정상적인 과실로 인정해주지 않는 우리의 현실 때문에 억지로 푸른색 과실을 황갈색으로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품질이 떨어지고, 고유의 맛이 나지 않아 오히려 소비자는 더 맛없는 배를 비싸게 구입하는 결과가 되고 있다.
다. 상처가 난 과실은 좋지 않다
상처가 난 과실은 쉽게 상할 뿐만 아니라 보기에도 좋지 않다. 배는 껍질이 연하여 취급 과정에서 쉽게 상처를 받을 수 있으며, 취급 부주의로 발생한 조그마한 상처가 검게 변색되어 보기 흉한 모습으로 되기 쉽다. 그러나 과피의 상처처럼 보이지만 내부적으로 아무런 이상이 없는 현상이 있는데, ‘동녹’과 ‘과피흑변’이 이에 해당한다.
‘동녹’은 ‘황금배’와 같이 과피가 황금색으로 변하는 녹색계통의 배가 나무에서 자라는 동안 비바람에 의해 입게된 조그마한 상처들을 스스로 치유하는 과정에서 생긴 얼룩으로 쇠가 녹슬게 되면 색깔이 적갈색으로 변한 것과 유사한 모양을 보여 붙여진 이름이다. 동녹은 보기가 좋지 않을 뿐으로서, 맛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과피흑변’은 수확한 배를 0℃ 가까운 낮은 온도에서 보관할 때 과피가 검게 변하는 현상으로서, 정상적인 과실의 껍질에 많이 있는 페놀류 물질이 저온에 반응하여 검은색으로 변색되어 나타난다. 모든 배 품종에서 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며 ‘신고’, ‘추황배’, ‘금촌추’ 등에서 많이 발생한다. 과피흑변 또한 보기가 좋지 않지만 맛에는 차이가 없다.
라. 꼭지를 자른 과실은 문제가 있다
배를 수확하면 크기와 모양에 따라 등급별로 구분하여 상자에 포장한다. 이 과정에서 다른 과실이 상처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과실의 꼭지를 자르게 된다.
과실의 크기를 키우고 좀더 일찍 수확하기 위해 지베렐린이라는 생장조절물질을 과실의 꼭지에 칠하여 재배하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하여 생산된 과실은, 과실 꼭지가 비대하여 일반재배 과실과 구분되며, 저장력이 떨어져 쉽게 부패할 수 있고, 맛도 떨어지기 때문에 별도의 관리가 필요하다. 따라서 시장에 유통되는 배가 어떠한 배인지를 소비자에게 알리기 위해 꼭지를 자르지 않고 배를 유통시키자는 운동이 일부 있지만 아직 대세는 아니다.
3. 맛있는 배 오래 두고 먹기
낱개로 한 두개의 배를 구입하는 경우의 대부분은 조상을 기리는 제사용이나 가족 구성원을 위한 조그마한 잔치상을 차리고자 할 경우이다. 이 보다는 상자단위로 구입하거나, 선물을 받는 것이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으로서, 먹고 남은 배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가 문제이다.
적은 양의 과실들은 냉장고에 보관하면 오래도록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냉장고에 넣기에 조금 많은 과실이라면 집안에 남아있는 옹기를 이용하여 배를 보관하는 것이 좋다. 흙으로 빚은 항아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숨구멍을 가지고 있어서 다른 저장용기들보다 비교적 오래 과실을 보관할 수 있다. 과실의 성숙과 노화에는 ‘에칠렌’이라는 가스형태의 생장조절물질이 관여한다. 과실이 성숙되어 가기 시작하면 ‘에칠렌’ 발생이 많아지고 이 ‘에칠렌’에 의해 성숙이 더욱 촉진되는 상승작용이 생긴다.
배는 일부 조생종 품종을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 극히 적은 량의 ‘에칠렌’을 생산하며, 극히 낮은 농도의 ‘에칠렌’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반면에 사과는 비교적 많은 량의 ‘에칠렌’을 발생하기 때문에 사과와 배를 동시에 보관하면 배 과실의 노화 진행이 빨라져 쉽게 물러지게 된다.
4. 제철 제 품종 즐기기
가. 늦여름의 갈증을 덜어주는 배
여름의 열기를 식혀줄 수 있는 배는 8월에 수확되는 품종들이다. 같은 품종이라도 재배지에 따라 수확 시기가 달라 남부 해안지대에서 강원도 산간지역까지 약 15일 정도의 차이가 있다.
여름철에 시장에 출하되는 햇 배는 저장력이 낮아 쉽게 물러지거나 변질되기 때문에, 구입하여 바로 먹는 것이 좋고, 남은 배는 냉장고의 냉장실에 보관하여야 변질을 방지할 수 있다. 차가워진 배는 단맛도 더 강하게 느껴지고, 청량감이 더해져 맛이 훨씬 좋아진다.
이 시기에 생산되는 배로는 국내에서 개발한 ‘한아름’ 품종과 일본에서 도입된 ‘장수’, ‘행수’ 등이 있다.
나. 가을을 풍성하게 하는 배
가을이 시작되면 둥그런 보름달과 함께 ‘추석’이 우리 마음에 찾아와 수확의 기쁨을 서로 나누는 소중한 시간이 된다. 추석은 배가 가장 많이 소비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추석을 전후하여 수확되는 배는 국내에서 개발한 ‘원황’, ‘조생황금’, ‘금촌조생’, ‘황금배’, ‘만풍배’, ‘화산’ 품종과 일본에서 도입된 ‘풍수’, ‘장십랑’ 등이 있다.
다. 가을 낙엽과 함께 하는 배
싸늘한 바람에 옷깃을 여미노라면, 기나긴 여정에 지친 나뭇잎들은 편안한 휴식을 위해 땅으로 내려오고, 앙상한 가지를 하늘로 향한 배나무는 차가운 복풍을 견뎌내기 위한 겨울잠에 빠져든다. 생과로 수확 즉시 먹을 수도 있지만 ‘크리스마스’와 ‘설날’을 전후해서 먹을 수 있는 배로는 국내에서 개발한 ‘감천배’, ‘추황배’, ‘만수’ 품종과 일본에서 도입한 ‘신고’, ‘금촌추’, ‘만삼길’ 품종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