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광복 80주년을 맞은 올해, 독일 쾰른에서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평화의 소녀상이 전시를 시작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지속적으로 철거를 압박하고 있지만 시민단체와 여성들이 반발하면서 소녀상이 세워질 수 있었는데요.
일제의 만행을 고발하는 것을 넘어, 전쟁 피해자인 여성에 대한 보편적인 이야기라는 공감대가 힘을 얻고 있습니다.
쾰른에서 김민찬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리포트
독일 쾰른의 나치 기록박물관 앞.
여성의 날을 상징하는 보라색 천으로 덮여있던 평화의 소녀상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자비네 달/독일 시민]
"여성들이 용기를 내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그 결과 이 소녀상이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망각에 반대하는 예술.
이번 전시는 2차 세계대전 당시 한국 등 제3세계에서 벌어진 전범국의 만행을 기억하기 위한 일환으로 기획됐습니다.
[칼 뢰셀/전시 총감독]
"그 안에서 우리는 일본 군대에 의해 끌려간 여성들에 대한 범죄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것입니다."
소녀상은 일제가 위안부 여성들에게 저지른 성폭력을 넘어,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 또 세계 곳곳의 분쟁지역에서 지금도 반복되고 있는 여성에 대한 폭력을 고발합니다.
그리고 관람객들은 옆자리를 비워둔 소녀상을 보며, 현재의 여성들이 싸우고 있는 여러 문제들을 떠올립니다.
[수잔나 프랑케/독일 시민]
"전쟁이든 평화든, 여성들이 불의를 겪는 일은 매우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그래서 소녀상은 역사적 갈등에 대한 지식이기도 하지만, 저에게는 현재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쾰른에서도 소녀상 전시는 쉽지 않았습니다.
시 당국이 공공장소 설치는 안 된다며,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교회 담벼락 안으로 옮기라고 한 겁니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방해한다는 얘기를 들은 독일 시민단체와 여성들은 오히려 연대했습니다.
쾰른뿐 아니라 카셀에서도 2년 전 일본 정부의 압박으로 창고 신세가 됐던 소녀상이 다시 전시를 시작했습니다.
[톰 구스/독일 시민]
"일본 정부가 이러한 범죄를 인정하지 않고 더 공개적으로 다루는 것이 충격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한편 베를린의 소녀상은 일본의 외교 압력으로 철거 통보를 받고, 다섯 달째 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소녀상의 여러 의미 중 하나는 지치지 않는 투쟁입니다.
쾰른에서 MBC뉴스 김민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