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경기도 포천에서 발생한 공군 전투기 오폭 사고와 관련해 군이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당시 조종사는 처음부터 좌표를 잘못 입력했는데, 이후에도 이 입력 오류를 바로잡을 기회마저 모두 놓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조희형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오폭 사고 닷새 뒤 군은 국민에게 위해를 가했다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이영수/공군참모총장]
"국민들의 평온한 일상을 무너뜨리고, 다치게 하고, 재산 피해를 입힌 점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
중간 조사 결과에서도 사고는 조종사의 좌표입력 실수 때문이었습니다.
사고 전날, 총 14개의 경로를 입력하면서 표적 좌표를 잘못 입력했습니다.
위도 05분을 00분으로 틀리게 입력하고도 당시에 몰랐습니다.
훈련 당일, 1번기는 이 틀린 좌표를 전투기에 그대로 전송했고, 2번기는 전송이 안 돼 조종사가 직접 전투기에 입력했습니다.
1번기에는 틀린 좌표가, 2번기에는 맞는 좌표가 입력된 채로 출격했습니다.
목표지점에 도달한 1번기 조종사는 비행 경로와 표적지 지형이 사전 훈련 때와 다르다고 느꼈지만, 입력한 정보를 믿고, 시간에 쫓겨서 표적을 확인했다고 보고하고 폭탄을 떨어뜨렸습니다.
2번기는 좌표를 제대로 입력하고도 1번기를 따라 엉뚱한 곳에 폭탄을 투하했습니다.
밀집대형으로 동시사격하는 훈련이어서 그랬다는 것입니다.
군은 사고 폭탄 파편을 확인하느라 100분이 지나서야 언론에 공식 발표했다고 밝혔습니다.
[김권희/공군 공보정훈실장]
"사고 당시 피해를 일으킨 탄을 확인하는데 집중하여 전반적인 상황관리와 보고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오폭 사실 자체는 공군작전사령부 상황실에서 사고 3분 만인 오전 10시 7분에 알았습니다.
그런데도 알 수 없는 이유로 사고 발생 17분 뒤에야 공군작전사령관에게 처음 보고가 됐습니다.
사고 발생 36분 뒤, 합참의장에게는 '전투기 오폭'이 아니라 '미상의 폭발 발생'이라는 보고가 올라갔습니다.
이 때문에 적에 의한 폭발인지 아닌지까지 판별하느라 시간은 더 늦어졌습니다.
군은 조종사 2명과 지휘관 등을 상대로 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비행 편대간 좌표 입력 확인 등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초유의 오폭사고에는 군이 동원된 12.3 내란으로 군 조직 전체의 기강이 해이해진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지적이 나옵니다.
MBC뉴스 조희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