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스포츠 최초로 1000만 관중 시대를 연 2024 프로야구. 2025년은 더 크게 흥행할 조짐이다. 개막 시리즈부터 역대 최초 이틀 연속 전 구장 만원 기록을 세우며 '역대급' 흥행 가도를 시작했다.
국민적인 사랑을 받는 스포츠 문화로 자리매김 한 프로야구. 지속가능한 성장과 장밋빛 미래를 꿈꾸기 위해서는 양적 성장 만큼 질적 성장이 동반돼야 한다. 자칫 화려함에 취해 본질적인 부분을 놓칠 수 있다.
스포츠조선이 2025 시즌 개막을 맞아 규정이나 기록 등 개선이 시급한,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를 3차례 시리즈를 통해 집중 조명한다. <편집자주>
[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제가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대한민국의 남성이라면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병역. 야구 선수의 경우 국가대표 활약으로 혜택을 받지 않는 이상에는 현역병(상근예비역 등 포함) 혹은 국군체육부대(이하 상무) 복무로 이를 해결한다.
구단으로서는 시즌 중 전역하는 선수는 또 하나의 성적 향상 기대 요소다. 시즌 중 좋은 성적을 거뒀던 선수가 전역하면 곧바로 1군에 등록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야구는 '기록의 스포츠'로 불린다. 커리어 내내 달성하는 '누적 기록'의 가치도 높지만, 매년 얼마나 꾸준하게 하는지를 증명하는 '연속 기록' 또한 높은 주목을 받고 있다. 매년 발간하는 KBO 레코드북에도 '연속 기록'은 비중있게 다뤄지고 있다.
분명하게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기록이지만,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선수의 경우 이 기록에서 소외되기 십상이다. 시즌 중간 등록되면서 '연속 기록'의 행진은 멈추게 되는 경우가 많다.
전준우(39·롯데 자이언츠)는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세 자릿수 안타를 기록했다. 그러나 2016년 경찰 야구단 복무를 마치고 9월 1군에 등록돼 25경기에 출전해 25안타를 기록했다. 2017년부터 2024년까지 계속해서 세 자릿수 안타를 쳤지만, 1군 등록이 36일에 불과한 2016년 기록으로 연속 세 자릿수 안타 기록은 현재 8시즌으로 남아있다.
안치홍(35·한화 이글스) 역시 마찬가지. 전준우와 경찰야구단 동기였던 그는 2010년부터 2014년까지 꾸준하게 100안타를 넘겼다. 2016년 1군에 복귀해 10경기

출전에 그쳤고, 8안타로 시즌을 마쳤다. 안치홍 또한 2017년부터 2024년까지 세 자릿수 안타를 쳤다.
정수빈(35·두산 베어스) 또한 비슷한 사례. 2009년 입단 이후 꾸준하게 두 자릿수 도루를 했던 정수빈은 2018년 9월 경찰 야구단에서 전역한 뒤 곧바로 1군 콜업을 받았고, 25경기 출전, 5도루를 기록했다. 2019년부터는 다시 두 자릿수 도루에 모두 성공했다.
한 시즌의 절반도 뛰지 못했던 전역 시즌이 없었다면 이들은 KBO리그 역사에 남는 기록 행진을 이어갈 수 있다.
전준우와 안치홍은 전역 복귀 시즌을 제외한다면 13시즌 연속 세 자릿수 안타 행진을 펼치고 있다, 역대 13시즌 연속 안타를 친 선수는 총 10명. 양준혁 박한이(이상 16시즌 연속) 이승엽 김현수(15시즌 연속) 이대호 손아섭(14시즌 연속) 김태균 정근우 최형우 황재균(13시즌 연속)이 있다. 안치홍은 황재균에 앞서 역대 10번째 13시즌 연속 안타 기록을 세우게 된다.
문제는 선수가 1군 등록 여부를 선택할 수 없다는 점이다. 어느 누가 “기록을 세우고 싶으니 새로운 시즌에 등록되고 싶다“는 말을 할 수 있는 경우가 나올 수 있을까.
과거 이런 문의에 KBO는 “만약 20개의 홈런을 치거나 기록이 좋아도 이 부분을 인정받지 않겠나“는 답을 했다고 한다. '누적 기록'과 '연속 기록'의 성격은 분명히 다르다.
선수들 역시 아쉬운 마음은 마찬가지. 선수들은 이구동성으로 “(등록 부분은)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팀이 필요로 해서 등록을 한다면 그대로 따라야하지 않나“라며 “그 부분에 있어 기록이 깨진 건 당연히 아쉽다“고 토로했다.
해결책은 간단하다. 시즌이 시작된 뒤 전역해 등록되거나 일정 등록 일수 이하에 대해서는 연속 기록에서 제외하는 방법 등이 있다.
정수빈은 14시즌 연속 두 자릿수 도루로 전준호 (18시즌 연속) 정수근 박용택 이용규(이상 14시즌)에 이어 역대 5번째 연속 기록을 달성하게 된다.
올 시즌 전준우 안치홍 정수빈은 모두 건재하다. 이들의 연속 기록 행진은 또 하나의 스토리를 낳을 가능성이 높다. 당장 올시즌만 해도 이대호 손아섭 기록을 넘을지에 대한 관심이 이어질 수 있다.
기록이 더욱 빛나기 위해서는 공정한 출발선에서 달성 여부가 가려져야 한다. 부상이나 경쟁에서 밀린 건 선수 개인의 역량이라고 할 수 있지만, '국가의 부름'으로 피해 사례는 나오지 않아야 한다. KBO리그에만 있는 '병역 이행'이라는 특수한 상황은 분명히 한 번쯤은 고려해야 될 대상이다.이종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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