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잠실/최창환 기자] 2025년 3월 30일 잠실체육관/얕봤다 꽃샘추위
보통 경기 개시 2시간 전쯤 체육관에 도착하는데 오늘은 개인적인 일정이 있어서 평소보다 더 빨리 체육관에 왔다. 낮 12시에 도착해 의도치 않게 특별 공연 스포일러를 당했는데(?), 도복을 입은 어린이 수백 명이 격파를 비롯한 태권도 공연 리허설 중이었다.
2016년 1월, 아직 첫 방송도 되기 전이었던 ‘프로듀스101’이 올스타게임에서 치렀던 데뷔 무대 이후 이렇게 많은 사람이 잠실체육관 코트에 서 있는 건 처음 봤다(‘이때 사진이라도 찍어둘 걸’이라는 후회 속에 살고 있다). 삼성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약 200명의 어린이가 경기를 관전하고 태권도 공연도 펼치는 날이었다.
지인도 농구를 좋아하는 아들을 위해 바쁜 시간을 쪼개 체육관을 찾았다. 오마리 스펠맨을 보고 싶어 했다는데 아쉽게도 스펠맨은 정강이 부상으로 출전명단에서 제외됐다. 카톡으로 이 소식을 전하자 분노의 이모티콘이 돌아왔다.
어느 때보다도 어린이 팬이 많이 입장한 잠실체육관에서 볼썽사나운 상황이 벌어졌다. 2쿼터 중반에 일어난 일이었다. 이원석이 미스매치를 활용해 골밑 공격을 시도했는데, 이관희가 위험한 파울로 이를 저지했다.
이에 이원석이 불만 섞인 표정으

로 이관희를 쳐다보며 발걸음을 옮겼고, 여기서부터 장르가 바뀌었다. 박인웅이 이관희에게 향하던 이원석의 가슴을 팔로 밀쳤고, 이에 격분한 저스틴 구탕이 박인웅과 충돌했다. 그러자 코트에 있던 선수 모두 흥분했다. 김시래, 정효근(이상 DB)과 최성모(삼성)까지 상대와 신체 접촉을 일으켜 코트는 순식간에 난장판이 됐다.
심판은 비디오 판독을 통해 해당 상황을 면밀하게 살폈다. 비디오 판독이 약 7분 동안 이어질 정도로 충돌이 많았고, 과격한 행동을 한 선수의 모습이 전광판으로 나오자 관중들이 일순간에 야유를 퍼붓기도 했다.
정리된 상황은 이렇다. 이관희에게 U파울이 선언됐고, 박인웅과 김시래에겐 테크니컬파울이 주어졌다. 또한 김주성 감독도 벤치 구역 이탈을 이유로 테크니컬파울을 받았다. 삼성에서는 구탕, 최성모에게 테크니컬파울이 선언됐다.
이에 따라 양 팀 2명씩 더블 테크니컬파울을 받은 게 상쇄되며 삼성에 자유투 4개와 공격권이 주어졌다. 1쿼터 막판 글렌 로빈슨 3세에게 U파울을 범했던 박인웅은 기타 파울 누적으로 인한 퇴장 조치를 받았다.
경기는 DB의 85-76 승리로 끝났다. DB가 이긴 것이나 경기 내용보단 2쿼터 중반 난장판부터 비디오 판독까지 이어졌던 약 10분의 상황만 기억에 남는 하루였다. 서두에 언급했듯, 이 모든 상황을 어린이 팬들이 지켜봤다.
심지어 양 팀 선수들이 충돌한 지역 바로 뒤에서는 삼성의 어린이 치어리더들도 응원에 한창이었다. 농구와 경기를 향한 투지는 좋지만, 선은 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아들 데리고 온 지인으로부터 온 카톡 내용은 이렇다. “최악이네. 부끄럽다.”
#사진_문복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