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프볼=유석주 인터넷 기자] 지난 일주일을 가장 화려하게 보낸 NBA 선수는 누구였을까. 점프볼은 한 주 동안 가장 뜨거웠던 선수를 동/서부 컨퍼런스에서 각각 한 명씩 선정하는 시간을 준비했다. (3월 31일 기준)
서부 컨퍼런스 - 휴스턴의 세대(世代)를 밝히는 등대 by 알페렌 센군
휴스턴 2위의 일등공신 : 센군의 최근 다섯 경기
평균 36.2분 출전 19.6점(야투율 44.2%) 11.0리바운드 4.6어시스트 1.0스틸 1.2블록
센군의 2024-2025시즌 : 팀 내 리바운드 1위, 득점/어시스트 2위
휴스턴 로케츠 : 서부 컨퍼런스 2위
치열하고 묘연했던 서부 컨퍼런스 2위 싸움. 휴스턴이 정규리그 막바지를 앞두고 순위 지키기에 나섰다. 특히 센군의 퍼포먼스가 눈부시다. 최근 10경기 9승 1패로 압도적인 휴스턴에서, 센군은 팀의 필수적인 요소들을 든든히 채우며 봄 농구를 비추는 환한 등대가 되었다. 향후 팀의 미래까지 책임질, 현재와 다음 세대 휴스턴의 주축 가운데 하나다.
특히 센군은 이번 시즌 휴스턴의 색깔을 대변하는 자원이기도 하다. 2024-2025시즌 ‘팀 휴스턴’의 주요 지표는 다음과 같다.
디펜시브 레이팅 : 4위 (109.7)
리바운드 : 1위 (평균 48.6개)
속공 득점 : 6위 (평균 17.0점)
스틸 : 8위 (평균 8.5개)
3점 슛 성공률 : 23위 (35.0%)
페이스 : 19위 (98.90)
내 것은 안 내주고 상대를 탈취하는, 말 그대로 약탈자 같은 집단이다. 강한 수비력을 바탕으로 빠르게 득점한 뒤, 호시탐탐 상대 공을 노리며 진열을 재정비한다. 그리고 센군은 이에 최적화된 인물이다. 속공에 필수적인 리바운드를 두 자리 이상 안정적으로 보장하는 자원이자, 센터 가운데 스틸 7위(평균 1.1개)를 기록할 정도로 빠른 손을 가졌다. 센군 자체가 날쌘 선수는 아니지만, 동료들의 빠른 공격에 바탕이 되는 기둥인 셈이다. 속공이 아니라면, 휴스턴은 철저한 다운 템포 오펜스를 가동, 센군을 로우 포스트 득점원으로 활용하거나 페인트 존 근처에서 피딩(feeding)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메인 볼 핸들러 프레드 밴블릿을 제외하면 가장 많은 어시스트를 뿌리는 센군 덕에(4.9개), 아멘 탐슨, 딜런 브룩스, 타리 이슨처럼 공격의 경로와 한계가 명확한 자원들 역시 ‘센군 효과’를 누린다. 훌륭한 공간 선점을 곧 득점으로 연결해준다.
또 다른 주포(主庖) 제일런 그린은 타인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아이솔레이션이 제 장점인 선수다. ‘느린 페이스+득점형 핸들러’라는 환경적 요인으로 팀 어시스트가 많지 않은 휴스턴에게, 팀 내 득점과 어시스트 모두 2위를 자치하는 센군은 휴스턴 공격의 시작이자 끝이고, 팀 오펜스의 정체를 막는 방지턱이다. 샤이 길저스-알렉산더와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의 압도가 예상되는 서부 플레이오프에서, 등대 센군과 휴스턴은 반전의 로켓을 쏘아 올릴 수 있을까. 지금의 기세는 그 어떤 팀에도 뒤지지 않는다.
동부 컨퍼런스 - 결국 등장해야 할 영웅 by 타일러 히로
위기의 마이애미, 반등의 시작? : 히로의 최근 다섯 경기
평균 37.4분 출전 24.6점 5.0어시스트 3.6리바운드 1.0스틸
야투율 60.8%, 3점 슛 성공률 60.0%
히로의 2024-2025시즌 : 팀 내 득점 1위, 어시스트 1위
마이애미 히트 : 동부 컨퍼런스 10위
지미 버틀러를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로 트레이드한 뒤, 마이애미 히트의 하락세는 눈에 띄게 심해졌다. 지난 6일(한국시간)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전 패배를 기준으로 무려 10연패. 2019-2020시즌부터 두 번의 파이널을 이끈 버틀러의 부재를 온몸으로 티 내고 다녔다. 특히 지독한 승부처 울렁증이 발목을 잡았다. 확실한 득점원이 필요한 순간이나 수비로 버텨야 할 때, 해당 분야 전문가가 코트에 없으니 무기력하게 무릎 꿇는 양상을 자주 연출했다.
그랬던 마이애미가 최근 경기 4연승을 질주하며 플레이-인 토너먼트의 희망을 살렸다. 해당 구간 주인공은 타일러 히로. 극도로 부진했던 22일 휴스턴전 패배 이후 각성한 히로는 비현실적인 효율을 뽐내며 마이애미 공격 코트의 영웅으로 등극했다. 특유의 간결하고 불규칙한 슛 셀렉션 + 폭발력을 되찾았다는 평가다. 절체절명의 순간 이름값을 뽐낸 히로는, 등장해야 할 때 영화처럼 부활하며 마이애미 반등의 서사를 쓸 준비를 마쳤다. 봄 농구까지 순항하기 위해선, 결국 중심에 서야 하는 건 히로다.
마이애미 또한 범인(凡人)을 특별하게 만드는 유능함을 200% 발휘했다. 드래프트 전체 16순위로 지명한 켈렐 웨어와 44순위 펠러 라르손, 기존 수강생 헤이우드 하이스미스까지 각자 실링(ceiling)이 다른 유망주들을 ‘히트 컬쳐’에 완벽히 녹였다. 에릭 스포엘스트라 감독은 성실한 움직임에서 기반한 ‘인-게임 에너지 레벨 보존 + 확실한 롤 수행’을 지시하며 또 다른 재능 육성에 성공했고, 위 세 선수 모두 최소 50경기 이상 출전하며 마이애미의 또 다른 영웅이 될 단계를 밟아가고 있다.
모두가 끝났다고 생각했을 때 좀비처럼 살아나 다시 한번 질주 중인 마이애미. 2022-2023시즌, 마이애미는 플레이-인 토너먼트를 치른 뒤 봄 농구에 참가했고, 해당 시즌 파이널까지 진출하며 모두를 놀라게 했다. 비록 그 주인공이었던 버틀러는 없지만, 모든 선수를 주연으로 만드는 마이애미의 놀라운 능력은, 또 다른 역사를 쓰기 충분한 역량을 가지고 있다. 과연 마이애미는 다시 한번 기적을 외칠 수 있을까. 에이스 명패를 쥐고 있는 히로의 손끝에 많은 게 달렸다.
#사진=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