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천 상무전 후반 추가시간 7분, 안데르손의 빨랫줄 크로스에 '2003년생 센터백' 이현용의 헤더가 번쩍하고 빛난 황홀한 순간, 벤치의 '샤프' 김은중 수원FC 감독이 두 주먹을 불끈 쥔 채 포효하며 내달렸다. 선수, 감독, 스태프들이 한몸이 된 뜨거운 세리머니, 일희일비 않는 담담한 표정이 트레이드마크인 김 감독의 '샤프'한 질주에 팬들이 '감독님, 이런 모습 처음'이라며 열광했다. K리그 데뷔골을 신고한 이현용은 “너무 좋아서 아무 생각도 안난다“고 했고, '베테랑 미드필더' 윤빛가람은 “마치 우승한 기분“이라고 했다. 모두에게 그만큼 간절했던 첫승, 그만큼 극적인 승리였다.
수원FC는 12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8라운드 김천 상무와의 홈경기에서 3대2로 승리했다. 7라운드까지 K리그1 '유일' 무승팀에게 개막 후 8경기 만에 찾아온 값진 승리였다. 상대는 '요즘 대세' 이동경 보유팀, 6경기 무승의 '리그 2위' 김천 상무였다. 추가시간 포함 97분 내내 역전, 재역전, 일진일퇴 혈투가 펼쳐졌다. 전반 37분 '수원FC 원톱' 싸박이 선제골을 터뜨렸다. 2경기 연속골로 K리그 적응을 알렸다. 그러나 7분 만인 전반 44분 이동경이 수비 실수를 틈타 감각적인 칩샷으로 골망을 흔들었고, 이동준이 후반 22분

역전골까지 밀어넣으며 김천이 승기를 잡았다. 그러나 수원은 포기하지 않았다. 후반 31분 '베테랑' 윤빛가람이 기어이 동점골을 밀어넣었고, 후반 추가시간 종료 직전 이현용의 헤더 극장골이 터졌다. 실로 오랫만에 '수엡극장'이 가동됐다. 수원FC 서포터들이 “김은중!“ “이현용!“을 연호하며 마침내 찾아온 첫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김 감독은 “첫승이 늦어져 팬들께 죄송한 마음이 컸다. 선수들 스스로 터닝 포인트를 만들어냈다“며 투혼을 불사른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전반 종료 직전 센터백 이지솔의 실책으로 동점골을 내줬지만 누구도 탓하지 않았다. 김 감독은 “누구나 실수한다“며 냉정하게 경기를 풀어나갈 것을 주문했다. “경기력이 나쁜 건 아니었는데 매번 득점하고 실점하는 패턴이 반복됐다. 오늘도 선제골을 넣고 실점하면서 분위기가 다운될 수 있었지만 '스스로 이겨내자'고 했다. 선수들이 100% 이상 해줬다. 모든 선수, 스태프. 구단의 간절함이 모아졌다“고 '짜릿' 첫승의 비결을 전했다. “싸박이 2경기 연속골을 넣어준 것도 큰힘이다. 스트라이커로서 제공권, 힘싸움, 컨트롤 능력이 있다. 앞으로 더 기대되는 선수“라고 했다.
벤치 폭풍질주를 언급하자 김 감독은 담담하게 답했다. “이제 시작이다. 이 한 경기로 만족은 당연히 안할 것이다. 이제 한 경기 이겼을 뿐이다. 앞으로 갈 길이 멀다. 다음 경기도 준비를 잘해서 이 분위기를 살리도록 하겠다.“ 이날 수원 캐슬파크엔 봄비가 내렸다. 최순호 수원FC 단장은 “가뭄에 단비다. 봄비와 함께 첫승이 찾아왔다“며 미소 지었다. 수원=전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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