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이러다 100이닝 돌파하겠네.
KT 위즈 이강철 감독은 13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파격적인 투수 교체를 했다. 6-1로 앞서던 경기. 7회 3점을 줬다. 8회에도 김민수가 윤정빈에게 2루타, 김성윤에게 3루타를 내주며 1점차까지 쫓겼다.
1점이 문제가 아니었다. 분위기가 동점, 역전으로 흐르고 있었다. 무사 3루. 이재현의 타구가 라인드라이브로 걸렸다. KT 입장에서는 천만다행. 김민수는 다음 타자 류지혁을 상대로 풀카운트까지 가는 어려운 승부를 했다.
투수 전문가 이강철 감독이 '싸한' 느낌으로 오싹했을까. 갑자기 투수를 교체했다. 보통 타자와 상대하는 도중에는 투수 교체를 잘 하지 않는다. 올라오는 투수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풀카운트 상황서 자신이 던진 공 하나에 경기 흐름이 완전히 뒤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얼마나 부담이 크겠는가.
하지만 김민수의 구위와 컨디션을 봤을 때 풀카운트 상황서 공을 밀어넣다 맞을 확률이 크다고 볼 상황이었다. 도망가는 승부를 하면 역전 주자가 나가는 것이었다. 뭐라도 해야 하는 상황 이 감독의 선택은 마무리 박영현 조기 투입이었다.
박영현은 149km 직구를 뿌렸다. 높았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부담스러운 류지혁의 방망이가 나갈 수밖에 없었다. 마무리, 박영현의 존재감이라는 게 이런 것이었다.
박영현은 강

타자 구자욱까지 범타 처리했다. 그렇게 1점차 리드를 지켰다. 9회에도 마운드에 올라야 했다. 박영현 말고 올라올 투수가 없었다. 다른 투수가 나오면, 가장 센 공을 보던 삼성 타자들은 심리적으로 편해질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박영현은 9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1이닝을 처리하고 세이브를 따냈다.
KT에는 의미 있는 승리. 상위권 후보로 경쟁 가능성이 높은 삼성과의 3연전 중, 비로 취소된 경기 말고 2경기를 모두 잡았다. 삼성을 제치고 3위로 올라가게 됐다. '슬로스타터' 명성(?)에 걸맞지 않은 선전이다.
문제는 박영현이다. 이날도 1⅔이닝 23개의 공을 뿌렸다. 마무리인데 벌써 11경기 13이닝을 소화했다. 1이닝 이상 경기가 벌써 4경기나 된다. 이대로 가면 110이닝을 던지게 되는 수치다. 과부하가 우려된다. 이미 2022년 데뷔 후 3년간 엄청나게 많은 공을 던진 투수다.
하지만 박영현을 안 쓸 수도 없다. KT는 초반 타선이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강백호 2할4푼3리, 로하스 2할1푼 성적만 봐도 점수가 많이 날 상황이 아니다. 그런데 투수력은 좋아서 무너지지 않는다. 연일 저득점, 접전 상황이 이어진다. 이길 수 있는 경기를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 그러니 박영현 출전 빈도가 늘어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닝을 거듭하며 개막 직후 좋지 않았던 박영현의 구위가 올라오고 있다는 점. 던지면 던질수록 팔이 풀리는 스타일인 걸 이 감독도, 선수 본인도 알고 있다. 그래도 110이닝 페이스는 무리인게 분명하다. 세이브 기록도 좋지만, 타선이 빨리 터져 박영현 뿐 아니라 필승조 선수들이 쉴 수 있는 경기가 늘어나야 장기 레이스 버틸 수 있는 힘이 생긴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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