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이런 날도 있구나 싶네요.“
베테랑 내야수 오선진(36)은 요즘 그라운드에서 뛰는 모든 순간이 소중하다. 건실한 수비로 한화 이글스 시절부터 존재감을 드러내고, 풀 시즌 주전으로 뛴 경험도 있지만 스타 반열에는 오르지 못했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는 롯데 자이언츠에서 방출을 당했다. 2차드래프트로 팀을 옮길 때만 해도 희망이 있었다. 자신을 필요로 하기에 부른거라 여기면 되기 때문. 하지만 그 팀에서 1년 만에 짐을 싸야하면 '이제 은퇴를 해야하나' 생각이 든다.
그런 와중에 키움과 손을 잡게 됐다. 연봉 4000만원 단년 계약이지만, 유니폼을 입을 수 있다는 자체가 행복했다. 오선진은 전지훈련을 떠나며 “젊은 후배들을 뒤에서 받치는 역할을 하겠다“고 키움에서의 청사진을 그렸다. 가치 있는 백업 선수가 되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26일, 27일 이틀은 그야말로 '오선진의 시간'이었다. 26일 SSG 랜더스전에서 팀을 패배 수렁으로 빠뜨릴 뻔한 실책을 저지르기도 했지만, 연장 10회 결승타를 치며 환호했다. 그리고 27일에는 대한민국 대표 좌완 에이스 김광현을 상대로 선제 결승 만루포를 터뜨렸다. 여기에 5타점 경기. 오선진으로

인해 키움은 위닝 시리즈를 달성했다. 이 두 경기로 연봉값을 다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활약이었다.
처음인게 엄청 많았다. 프로 입단 후 처음 친 그랜드슬램. 기념구도 야무지게 챙겼다. 공이 파울 폴대를 맞고 경기장 안쪽으로 들어와 3루쪽 볼보이가 공을 챙겼고, 키움쪽에 전달했다. 오선진은 “프로 첫 안타, 첫 홈런 기념구를 갖고 있다. 이 공도 잘 간직하겠다“고 말했다. 5타점도 개인 한 경기 최다 신기록이었다. 이틀 연속 결승타, 심지어 이틀 연속 인터뷰도 처음. 오선진은 “이런 날도 있구나 싶다“며 밝게 웃었다.
오선진은 “기쁘다. 그런데 잘하려고 한 건 아니었다“고 말했다. 프로 선수가 무슨 의미로 저렇게 말한 것일까. 오선진은 “그저 내 위치에서, 매일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려고 한다. 내가 준비한 것만 야구장에서 보여주자는 생각“이라고 했다.
자세한 설명을 부탁했다. 오선진은 “잘하려는 마음이 너무 컸다. 작년 롯데에 가면서 '잘해야지, 뭔가 보여줘야지' 이런 마음이 너무 강했다. 그러니 뭔가에 쫓기는 느낌으로 야구를 하게 됐다. 작년 시즌 끝나고 후회가 많이 됐다. 키움에서는 마음 편하게 내 야구를 하려 한다. 나는 타석에 나가 끈질기게 투수랑 싸우고 이런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밝혔다.
프로 데뷔 후 한화에서만 12시즌을 뛰었기에, 한화 색깔이 강한 선수. 한화팬들은 아직도 오선진의 경기와 기록을 찾아보며 응원한다고. 오선진은 “응원해주셔서 정말 감사한 마음 뿐“이라며 쑥스러워했다.
인천=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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