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트로이트가 1년 만에 완전히 달라졌다. 지난 시즌 역사적인 28연패 대기록을 달성하며 처참하게 무너졌던 디트로이트는 이번 시즌 플레이오프 직행 티켓을 노리는 팀으로 변모했다. 디트로이트는 어떻게 이런 반전을 만들어냈을까. 그들의 찬란한 역사와 함께 디트로이트가 작성하고 있는 부활 스토리를 살펴보자.
*본 기사는 루키 2025년 4월호에 게재됐습니다.
배드 보이즈
최근 NBA를 접한 이들은 디트로이트가 과거 얼마나 강한 팀이었는지를 잘 모를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디트로이트의 최근 모습은 강팀과는 전혀 연관이 없는 약팀 그 자체였다. 지난 15시즌 동안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경험은 단 2차례. 리그를 대표하는 약체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을 성적표다.
그러나 과거의 디트로이트는 지금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그들이 첫 전성기를 맞이한 시기는 1980년대.
당시 디트로이트의 핵심 멤버는 아이제아 토마스, 조 듀마스, 빌 레임비어, 비니 존슨, 데니스 로드맨 등이었다. 이들은 그 유명한 배드 보이즈라는 별명을 얻으며 리그를 호령했다.
배드 보이즈라는 별명은 디트로이트 특유의 거친 플레이에서 비롯됐다. 사실 당시의 NBA는 지금과는 달리 상당히 거친 플레이들이 다반사로 펼쳐지는 리그였다. 그러한 전반적인 리그 분위기 속에서도 디트로이트는 독보적으로 거친 팀 컬러를 선보였다. 또한 디트로이트의 홈 관중들 역시 다른 관중들보다 훨씬 과격하기로 유명했다.
디트로이트는 1983-1984시즌부터 플레이오프 나들이를 시작했다. 이후 팀의 조각들을 착실히 모으던 디트로이트는 1987-1988시즌 마침내 파이널 진출에 성공했다. 그들이 파이널에서 상대해야 했던 팀은 바로 LA 레이커스.
매직 존슨이라는 슈퍼스타가 이끌던 당시의 레이커스는 쇼타임 레이커스라 불리며 리그 최정상급 전력을 보유하고 있던 팀이었다. 그런 레이커스를 상대로 디트로이트는 7차전까지 가는 혈투를 치렀다.
그러나 아쉽게도 마지막 7차전에서 디트로이트는 무릎을 꿇었다. 이로 인해 디트로이트 배드 보이즈의 우승 도전은 다음 기회로 미뤄지게 됐다.
이듬해 디트로이트는 다시 파이널 진출에 성공한다. 디트로이트가 자신들의 2번째 파이널 무대에서 만난 팀은 이번에도 레이커스였다. 그리고 이 시리즈에서 디트로이트는 단 4경기 만에 시리즈를 끝내면서 1년 전 패배를 완벽하게 복수하는데 성공했다.
배드 보이즈들의 기세는 거침이 없었다. 이듬해 또다시 파이널에 진출한 디트로이는 포틀랜드를 파이널에서 제압하고 2년 연속 우승 트로피를 손에 넣었다. 3시즌 연속 파이널에 진출해 2번의 우승을 거머쥔 디트로이트는 1980년대 후반의 NBA를 호령한 강팀으로 리그를 지배했다.
그러나 이후 디트로이트는 조금씩 힘이 빠지기 시작한다. 백투백 우승의 주역들이 하나둘씩 은퇴하면서 점차 쇠락의 길을 걷게 된 디트로이트였다. 그 사이 마이클 조던이 이끄는 시카고가 전성기를 구가하기 시작하면서 디트로이트의 추락은 가속화됐다.
간간이 플레이오프에 모습을 드러내긴 했으나 번번이 1라운드에서 탈락을 경험해야 했던 디트로이트다. 이전의 강력함을 잃은 디트로이트는 2000년대 초반 다시 반등의 기회를 마주하게 된다.
릭 칼라일이 부임한 2001-2002시즌. 디트로이트는 50승 32패의 좋은 성적으로 플레이오프 무대에 재도전했다. 2라운드에서 탈락했지만 충분히 희망을 본 디트로이트다. 이어진 시즌에도 디트로이트는 컨퍼런스 파이널까지 진출하면서 다시 강팀으로 도약하는데 성공했다.
이어진 2003-2004시즌. 인디애나로 떠난 릭 칼라일 대신 래리 브라운을 새로운 사령탑으로 불러들인 디트로이트는 54승 28패의 성적으로 동부 컨퍼런스 3위를 차지했다. 플레이오프 무대에서 밀워키와 뉴저지, 인디애나를 차례로 꺾은 디트로이트는 오랜만에 파이널 진출에 성공한다.
디트로이트가 파이널에서 만난 상대는 이번에도 레이커스였다. 당시 레이커스는 코비 브라이언트와 샤킬 오닐이라는 강력한 원투펀치를 보유하고 있었고 칼 말론과 게리 페이튼 등도 합류한 강팀이었다.
반면 디트로이트는 천시 빌럽스, 리처드 해밀턴, 테이션 프린스, 벤 월라스, 라쉬드 월라스 등 상대적으로 네임벨류가 떨어지는 구성이었다. 당연히 우승의 가능성은 레이커스가 훨씬 더 높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디트로이트는 이 파이널에서 언더독의 반란을 만들어냈다. 5차전까지 이어진 시리즈 끝에 레이커스를 꺾고 디트로이트가 우승의 주인공이 된 것. 역대 가장 임팩트가 컸던 언더독의 반란으로 손꼽히는 우승을 거둔 이 시기가 디트로이트의 마지막 전성기였다.
끝없는 리빌딩
이후 디트로이트는 조금씩 약체로 전락하기 시작했다. 2008-2009시즌까지는 꾸준히 플레이오프 무대에 나섰다. 2004-2005시즌 다시 파이널에 나섰고 이후 3시즌 연속 컨퍼런스 파이널까지 진출했으나 디트로이트에게 우승의 영광은 다시 찾아오지 않았다.
조금씩 힘이 빠지던 디트로이트는 2009-2010시즌 27승 55패의 저조한 성적으로 플레이오프 나들이에 실패했다. 이후 디트로이트는 6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디트로이트의 긴 암흑기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2009-2010시즌부터 지난 2023-2024시즌까지 15년 동안 디트로이트는 단 2번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과거 플레이오프 진출은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던 디트로이트의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
2015-2016시즌 8번 시드로 오랜만에 플레이오프 나들이에 나섰던 디트로이트는 1라운드에서 클리블랜드에게 스윕을 당하면서 허무하게 시리즈를 마감했다. 이어 2018-2019시즌 다시 한 번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으나 이번에도 디트로이트의 도전은 1라운드 만에 마무리됐다.
이후 디트로이트의 암흑기는 이어졌다. 부임 첫 해 디트로이트를 플레이오프로 이끌었던 드웨인 케이시 감독은 이후 4년 더 디트로이트의 지휘봉을 잡았지만 더 이상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마지막 플레이오프 진

출 이후 5년 동안 디트로이트는 20승, 20승, 23승, 17승, 14승에 그치면서 처참한 모습을 이어갔다. 특히 지난 2년 동안은 도합 31승에 그치면서 동네북이 됐다. 이 기간 디트로이트가 패한 경기는 무려 133경기다.
그렇다고 이 시기 디트로이트의 리빌딩이 착실하게 진행된 것도 아니었다. 유망주들을 다수 선발해 경험치를 먹이며 미래를 도모하는 일반적인 리빌딩 과정과는 달리 디트로이트는 목적지를 잃은 난파선처럼 끝없이 표류했다. 이해를 하기 힘든 행보의 연속으로 디트로이트는 계속해서 암흑기를 이어갔다.
특히 지난 2023-2024시즌은 그야말로 역사적인 시즌이었다. 디트로이트는 NBA 연패의 역사를 새로 쓰면서 각종 기록을 갈아치웠다.
개막 이후 첫 3경기 구간에는 2승 1패로 출발이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디트로이트의 악몽은 10월 30일 오클라호마시티와의 경기부터 시작됐다.
당시 경기에서 112-124의 패배를 기록한 디트로이트는 이후 패배를 거듭했다. 거침없이 연패를 이어간 디트로이트는 12월 28일까지 치른 모든 경기에서 패했다. 약 2개월의 기간 동안 단 한 차례의 승리도 없이 패배만을 기록한 디트로이트는 이 기간 치른 28경기를 모두 패했다.
28연패는 NBA 역대 최다 연패 기록과 타이를 이루는 기록이었다. 디트로이트에 앞서 해당 기록을 달성한 팀은 필라델피아로, 그들은 2014-2015시즌부터 2015-2016시즌까지 2시즌에 걸쳐 28연패 기록을 달성한 바 있다. 한 시즌 동안 28연패를 기록한 팀은 디트로이트가 최초였다.
그나마 역대 최다 연패 기록은 면한 디트로이트다. 12월 30일 열린 토론토와의 경기에서 129-127의 신승을 따낸 디트로이트는 길었던 연패의 악몽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연패를 끊은 이후에도 디트로이트의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후 다시 7연패를 이어갔고 계속해서 디트로이트는 연패를 거듭했다. 그 결과 디트로이트는 14승 68패라는 구단 역대 최악의 성적으로 2023-2024시즌을 마무리해야 했다.
모터 시티의 부활
최악의 시즌을 보낸 디트로이트는 변화를 단행했다. 우선 디트로이트는 2020년 부임 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트로이 위버 단장을 해고했다. 오클라호마시티에서 부단장과 부사장을 맡으며 샘 프레스티 단장과 함께 팀을 잘 이끌었던 위버는 디트로이트에서는 최악의 암흑기를 선사한 채 결국 팀을 떠나야 했다.
이어 디트로이트는 몬티 윌리엄스 감독 역시 단 1년 만에 해고했다. 피닉스에서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했던 윌리엄스는 디트로이트 부임 첫 해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고 결국 단 1년 만에 팀을 떠나야 했다.
사실 이 과정에서도 디트로이트의 움직임은 아쉬움을 남겼다. 윌리엄스 감독을 선임할 당시 디트로이트는 무려 6년 계약을 안겼다. 계약 총액은 7,850만 달러. NBA 역대 최대 규모의 계약이었다.
그런 윌리엄스를 단 1년 만에 해고한 디트로이트다. 5년 6,500만 달러의 계약이 남은 채로 윌리엄스는 디트로이트를 떠났다.
이후 디트로이트는 클리블랜드를 이끌었던 JB 비커스태프를 새로운 사령탑으로 불러들였다. 디트로이트는 비커스태프에게도 5년 계약을 안겼다.
선수단 역시 변화를 가져갔다. 베테랑 토바이어스 해리스는 2년 5,200만 달러에 붙잡았다. 윙 자원 부재로 인해 경기력이 바닥을 치던 디트로이트였기에 나쁘지 않은 영입이라는 평가였다. 또한 디트로이트는 팀 하더웨이 주니어와 말릭 비즐리도 영입하면서 외곽포 보강에도 힘을 썼다.
단장과 감독 교체를 단행하면서 큰 폭의 변화를 가져갔지만 선수단 보강은 크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은 디트로이트였다. 이에 새로운 시즌에 대한 기대치 역시 그리 높지 않았다.
그러나 디트로이트는 이번 시즌 확실히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개막 4연패를 기록하면서 불안한 출발을 보이기도 했으나 이후 빠르게 경쟁력을 되찾았다.
12월 21일 피닉스전에서 133-125의 승리를 거둔 디트로이트는 이 경기를 포함해 이후 9경기에서 8승 1패를 기록하면서 5할 승률 위로 올라섰다. 기세를 탄 디트로이트는 이후 꾸준히 5할 언저리의 승률을 유지했고 2월 초 8연승을 질주하면서 완벽하게 반등했다.
현재까지 디트로이트는 39승 32패의 성적으로 동부 컨퍼런스 6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대로라면 오랜만에 봄 농구를 경험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불과 1년 전 최악의 성적으로 조롱의 대상이 됐던 팀이 단 1년 만에 플레이오프에 나설 수 있는 팀으로 탈바꿈했다.
지난 시즌의 디트로이트는 공수가 모두 엉망인 팀이었다. 평균 득점은 109.9점으로 리그 27위에 머물렀고 실점 역시 119.0점으로 26위에 불과했다. 오펜시브 레이팅(109.7점, 27위)과 디펜시브 레이팅(118.8점, 26위) 역시 리그 최악의 수준에 가까웠다.
그러나 이번 시즌은 다르다. 현재까지 디트로이트는 경기 당 평균 115.1점을 뽑아내면서 리그 11위에 위치해 있다. 실점 수치 역시 112.9점으로 리그 14위다. 오펜시브 레이팅(114.3점, 16위), 디펜시브 레이팅(112.1점, 8위) 역시 지난 시즌과 비교하면 상당히 발전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에이스인 케이드 커닝햄은 한층 더 발전된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현재까지 평균 25.7점 9.2어시스트 6.1리바운드를 기록 중이다. 득점과 어시스트는 커리어-하이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번 비시즌 팀과 연장 계약을 맺을 당시만 하더라도 많은 의문점을 지니고 있던 커닝햄이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긴 했지만 5년 2억 2,600만 달러 규모의 맥시멈 계약을 받을 레벨의 선수인지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있었다.
그러나 커닝햄은 이번 시즌 실력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생애 첫 올스타에도 뽑혔고 ALL-NBA 팀 입성 역시 충분히 노려볼 수 있는 성적표다. 무엇보다 별다른 부상 없이 시즌을 소화하고 있는 것이 크다. 지난 시즌까지 3년 동안 65경기 이상을 뛴 시즌이 없었던 커닝햄이었지만 이번 시즌은 벌써 66경기를 소화했다.
이적생들의 활약 역시 두드러진다. 토바이어스 해리스는 팀이 기대한 베테랑의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 중이고 말릭 비즐리는 기대 이상의 활약으로 선보이면서 리그 최고의 슈터가 됐다. 이들의 시너지가 제대로 힘을 발휘하면서 디트로이트는 긴 암흑기를 걷어내고 6시즌 만에 봄 농구 나들이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사진 = 로이터/뉴스1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