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프볼=유석주 인터넷기자] KT가 쓴 반전의 서사시. 첫 페이지는 달라진 속도였다.
수원 KT는 27일 수원 KT 소닉붐 아레나에서 열린 2024-2025 KCC 프로농구 서울 SK와의 4강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77-64로 승리했다.
사활을 건 KT의 준비가 돋보인 경기였다. 1, 2차전 모두 내준 KT는 3차전에서 빠른 페이스의 공격을 앞세워 상대를 압박했다. 단순히 많은 속공 득점을 뜻하는 게 아니었다. 이날 KT는 모든 선수가 공격적인 자세로 경기에 임했고, 정돈된 상황을 기다리기보다 망설이지 않고 슛을 처리하는 등 초반부터 적극적인 야투 생산을 노렸다.
KT의 선택은 SK의 허를 찌르기 충분했고, 3쿼터 한때 30점 차까지 앞섰을 정도로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였다. 기존의 KT가 정규리그 페이스 9위(71.3)의 ‘거북이 팀’이었다는 걸 생각하면 상당히 유의미한 변화다.
KT가 빠르게 꺼내든 권총 : 허훈과 피스톨 액션
승부의 핵심은 당연히 허훈이었다. KT 송영진 감독은 허훈의 에너지레벨을 유지하기 위해 전반적인 볼핸들링과 공 운반을 조엘 카굴랑안에게 맡겼고, 허훈이 철저히 득점원 역할에 집중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했다. 대표적인 한 장면을 준비했다.
KT의 공격 상황. 하프코트 오펜스에서 공을 잡지 않고 림 근처까지 내려온 허훈은 해먼즈의 다운 스크린을 받아 수비수를 벗겨낸 뒤 공을 잡기 위해 탑으로 올라온다.
전 담 수비수로 나선 오재현이 재빨리 붙었고, 이를 인지한 허훈은 지체하지 않고 다시 카굴랑안에게 공을 건넨 뒤 재차 해먼즈의 스크린을 활용했다. 두 명의 가드와 스크리너가 합작하는 일종의 피스톨 액션(Pistol-action)이다.
‘권총’을 뜻하는 피스톨 액션은 2번 포지션, 즉 슈팅가드와 1번 포인트가드끼리 자주 전개한다고 해서 ‘21 오펜스’라고도 불리며, 주로 속공이나 얼리 오펜스 등 상대 수비가 정돈되지 않은 상황에서 활용하기에 허리 업(hurry-up) 오펜스라 칭하기도 한다. 주로 득점력이 뛰어난 선수가 패스 및 스크린이 좋은 동료들로부터 공을 받아 공격을 진행한다. 해당 장면이 속공은 아니지만 SK의 수비가 정돈되지 않은 상황이었기에 피스톨 액션의 적용이 가능했던 것이다.